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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파친코>를 읽고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1,2>

1. 책 소개

 1920년대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살아간 삶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재미교포가 미국에서 영어로 먼저 출판해 베스트셀러가 되어, 한글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2022년 3월에는 애플 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공개되었다.

 

2. 간략한 줄거리

 양진과 훈이는 하숙집을 운영한다. 두 부부는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딸 선자를 사랑으로 키운다. 하지만 선자는 유부남인 한수의 아이를 임신하고 만다. 다행히 선자는 이삭과 결혼할 수 있었고, 선자와 이삭은 일본으로 떠난다. 한수의 핏줄인 노아, 이삭의 핏줄인 모자수가 태어나고 선자는 노점상을 하며 자식을 키워낸다. 이삭은 신사 참배 문제로 고문 끝에 죽고 만다. 선자 가족은 야쿠자 두목이 된 한수가 남몰래 도운 덕분에 힘든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노아는 최고 명문 와세다대에 합격하지만, 자신이 야쿠자 한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아 사라진 뒤, 자살한다. 모자수는 노력 끝에 거대한 파친코 회사를 가지게 되고, 아들 솔로몬에게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해 준다. 솔로몬은 외국계 투자은행에 취업하지만 출신 때문에 부당하게 해고되고, 사라지지 않은 차별을 실감하며 아버지의 파친코 사업을 물려받기로 결정한다.

 

3. 이민자 문제

 선자와 이삭이 일본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들은 이카이노의 조선인 마을의 열약한 환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카이노는 돼지를 키우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마을의 이름부터 비하의 의미가 들어가 있기도 하다. 모자수는 일본에서 살아간지 삼대째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고, 목에 매달고 다녀야 한다. 또한 재일교포는 직업도 마음대로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실제로도 많은 재일교포들이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이민자를 향한 차별이 존재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조선족은 실제로는 내국인보다 범죄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0241095320194

 

[형형색색] 외국인 범죄에 대한 오해

 

www.hankookilbo.com

 사실 이렇게 외부인을 경계하고 차별하는 정서는 진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진화적으로 인간은 국가 같은 자신의 집단을 더 선호하고, 외부 집단에서 온 사람은 경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고대사회에서 주로 친족으로 이루어졌던 자신의 집단끼리 협력하고 외부 집단과 싸워 이겨 좋은 자원을 차지해야 자신의 유전자를 더 널리 퍼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이런 성향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을 강력한 국가로 만들어 준 것은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다양한 인재들이고, 특히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의 급격한 충격을 막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만큼 이민자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4. 역경을 이겨내는 힘

 소설 속의 인물들은 뿌리깊은 일본 사회의 차별과 한국, 일본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 문제에 마주치게 된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이런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

 선자는 무일푼으로 일본 땅에 도착하지만, 어떤 일이든지 가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일하며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살림을 꾸려갔다.  모자수는 차별로 일반적인 직업은 갖지 못하지만 파친코 사업을 하면서도 부당한 일은 하지 않으며 당당하게 살아간다. 또한 자식 솔로몬만큼은 차별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국제학교에 보내고 미국 유학도 보내는 등 자식 교육에도 애를 쓴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역경에 마주칠 때가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선자부터 모자수까지 3대에 걸쳐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일본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오늘도 삶의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편으로는 이국 땅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정착한 또 다른 선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