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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호모 데우스>를 읽고

책 소개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를 독창적인 시각으로 분석한 <사피엔스>로 유명한 타고난 이야기꾼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후속작이다. 전작은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앞으로 인류는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책에서 인간은 지금까지 기아, 전쟁, 역병을 대처하는데 역량을 쏟았다면 앞으로 인류는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류를 지배하는 종교

 인류를 지배하고 있는 종교는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의 생명, 행복, 힘을 신성하게 여기는 인본주의이라고 말한다. 나는 기독교나 불교처럼 죽음 이후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종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종교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어떤 사실을 주장하고, 이에 따른 실천적 지침을 지시하는 모든 사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기독교는 인간의 죄를 사하기 위해 예수님이 이 세상에 내려오셨고(사실적 진술), 우리도 예수님처럼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실천적 지침)

 인본주의는 인간의 경험과 주관적인 판단에 가장 가치를 부여한다. 기존 기독교 사상에서는 신의 우주적 계획이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다. 천둥, 일식과 월식 등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것에서부터, 어떤 것이 옳은 것이고 틀린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신의 영역이였다. 오늘날에는 개인의 판단이나 감정이 모든 행동에 근거가 된다. 생각해보면 나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라,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투표를 하고, 그 투표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법을 제정하고, 옳고 그름을 결정한다.

 

가치를 잃는 사람들

 인본주의는 현대의 기술 발전으로 위협받고 있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대부분의 인간의 사회적 가치를 앗아간다. 자유주의가 성공한 것은 모든 인간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군사, 경제, 정치적으로 타당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전쟁에서는 첨단 미사일과 드론이, 제품 생산과 서비스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들을 대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던 경제적, 정치적 가치가 소수에게로 옮겨갈 것이다.

 

알고리즘의 관리를 받는 개인

 인간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의 관리를 받게 될 것이다. 알고리즘은 오늘날에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내가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을 계산할 수 있고, 그런 질병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을 해야하는지 알려줄 수 있다. 또한 스마트워치를 통해 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내가 어떤 활동을 할 때 스트레스가 낮아지는지 알려주고, 나에게 효과적인 수면 시간을 추천해 줄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9만 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300개를 넘게 누른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배우자보다,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이런 알고리즘을 활용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겠지만 저자는 알고리즘이 더 나아가 우리를 지배하는 지배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업그레이드

 한편으로는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가 생물학적인 차이로 확대될 것이다. 기존에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병에 걸리며 늙어가고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부자들은 생물학적 신체의 한계에서 벗어나 웨어러블 로봇과 같은 더 강한 신체를 가지고, 최신 의학기술로 노화를 늦춰나갈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물이 등장한다면 처음에는 가격이 비싸지만, 점점 가격이 떨어져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모든 인간이 경제적, 군사적 가치를 가졌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공공보건 서비스를 하는 게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곧 등장할 의학 기술, 신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술은 일부 엘리트에게만 시행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느낀 점

“인간은 유기체 알고리즘이다.”,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등 작가의 도발적인 주장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정말 그럴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인본주의의 쇠락과 이를 대체할 새로운 종교의 등장이라는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고, 책 마지막에 나오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을 주장하는 데이터교가 흥미롭게 느껴졌고, 나도 모르게 이 종교의 신자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사피엔스>가 인생 책이었는데 이제 이 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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