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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의 역사>를 읽고

1. 책 소개


이 책은 헤로도토스의 <역사>, 사마천의 <사기>,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책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 책들의 관점을 바탕으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간다.

2. 역사의 고전, 사마천의 <사기>


사마천의 <사기>는 신화의 시대부터 당시 사마천이 살던 기원전 1세기까지 천년이 넘는 시기를 재구성한 역사책이다. 사마천은 조정의 관리로 일하면서 방대한 서적을 통해 열정적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기록했다. <사기>의 특징은 단순히 전체적인 역사만 서술한 것이 아니라, 역사 속 인물에 대한 기록인 <열전>을 통해 역사 속의 인물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것이다. 사마천은 이를 통해 반복되는 사건의 패턴을 분석하며 인간 본성의 빛과 그늘,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왕의 노여움을 사는 바람에 거세형에 쳐해졌음에도, 역사를 기록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지고 끝까지 <사기>를 기록해나갔다. 그가 만들어낸 역사 서술 체계인 기전체는 청나라가 멸망할 19세기 후반까지 중국의 역사 서술을 지배했다.

3.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 랑케


랑케는 근대 역사학을 확립한 독일의 역사학자이다. 그는 어린 학생 시절부터 70여년간 54권의 책을 저술하며 역사 연구와 서술, 강의에 매진했다. 랑케는 역사란 사실을 '있었던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며 확실한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당시 유럽의 왕들의 도움을 받아 유럽 주요 도시의 문서보관소를 누비며 자신의 말처럼 정확한 사실을 알아내어 기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4. 일제강점기 민족주의 역사학자들


일제강점기 조선의 역사가들은 역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현실에 개입했다. 그들은 크게 세 방법으로 역사를 서술했다. 첫째,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일제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조선 강점 과정과 조선 사람들이 벌인 해방 투쟁을 세세히 기록했다. <한국통사>를 쓴 박은식이 그랬다. 그는 일제의 불법 조약에 항의하기 위해 목숨을 끊은 애국지사, 협력의 대가로 일본에서 돈이나 관직을 받은 사람들의 이름을 최대한 정확하게 기록해두었다. 둘째, 조선 사람들이 민족적 자부심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과거 역사를 재해석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와 역사가 스스로 발전할 수 없는 결함이 없고, 보편적인 역사 발전 과정을 따라왔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

5. 문명의 역사에서 인류의 역사로


제레드 다이아몬드 이전까지는 역사 기록의 단위가 국가에서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문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의 역사 전체를 다룬다. 그는 지난 500년간 유럽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원인, 인간 문명의 발전을 결정하는 요인을 찾아나간다. 역사와 과학이 다르지 않다고 본 다이아몬드는 참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명제를 토대로 인류사를 서술하며 그 답을 찾아간다. 그리고 자연환경이 인간 문명의 발전을 결정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는가?”, “역사의 발전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같은 질문이다. 그는 5만여년 전의 인지혁명, 1만여년 전의 농업혁명, 500여년 전의 과학혁명으로 인류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지금은 인류를 지배했던 생물학의 법칙을 지적 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인류 전체의 성장이 개개인의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보통의 농부는 농업혁명 이전의 수렵채집인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더 질이 나쁜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6. 느낀점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역사란 단순히 사실의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역사가들이 독립운동을 기록해 역사로 남기려는 노력을 보며 역사는 기억이라고 느꼈다. 또한 과거사를 재해석해 자부심을 심어주려고 했다는 것에서 역사가 현재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라리의 “역사의 발전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는 행복으로 가는 길을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마천의 <사기>나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쓰인지 2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수없이 읽힌다. 읽으면서 지적 자극을 받고 정서적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쓴 책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헤로도토스는 아테네에서 역사 토크쇼로 큰 돈을 벌기도 했다. 반면 랑케는 뛰어난 역사학자지만 그의 책들은 서사가 부족하고 무미건조란 사실로 가득차있다. 그래서 그의 책은 대중들에 관심에서 멀어져있다. 이를 통해 역사에서 이야기의 중요성,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역사의 매력은 사실의 기록과 전승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데 있음을 거듭 절감했다. - < 역사의 역사, 유시민 지음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