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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서평] 여행의 이유

1. 작가/책 소개

 소설가이자 우리에게는 <알쓸신잡>으로도 유명한 김영하 작가의 책이다. 책의 제목처럼 작가 자신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 찾기 위해 쓴 글이다. 작가의 다양한 여행 경험을 담은 아홉 편의 수필로 이루어져 있다.

 

 

 

2. 서평

 여행은 우리 모두를 설레게 한다. 각각의 수필은 작가의 독특한 경험들과 말솜씨로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아홉 편의 수필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작품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노바디의 여행>이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이 작품은 <알쓸신잡> 출연 경험을 공유하면서 시작한다. 그 프로그램은 여러 출연자가 한 지역으로 이동해서 각자 저녁시간 전까지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여러 대의 카메라가 그 모습을 찍는다. 각 출연자를 찍은 카메라 감독이 영상을 편집해서 총괄 프로듀서에게 보내고, 총괄 프로듀서는 이를 최종적으로 편집해 방송으로 내보낸다.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관여하지만 여행의 전체를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믿을만한 사람을 시켜 여행을 대신하게 하는 '탈여행'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는 여행을 한발 떨어져서 객관적인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시간/비용의 제약으로 모든 지역을 여행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라고 말한다.

 

<노바디의 여행>

 작가는 여행은 아무것도 아닌자, 노바디가 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책임은 점점 많아지는데, 단지 이름 모를 여행자가 되고 싶어서 떠난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여행자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여행자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고향에서처럼 대접받기를 원하며 자기의 이름을 밝히지만 오히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그가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되자 평화를 되찾게 된다. 이를 통해서 통해서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가 되는 겸손한 여행자의 자세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입대 직전 제주도로 10일간 여행을 가서 읽었던 책이다. 내가 왜 여행을 가고 싶어 했는지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이유들이 작가의 논리로 명쾌하게 설명되는 것을 느꼈다. 또한 작가가 중국에 여행을 다녀와서 경찰에게 체포될 뻔한 일, 인터뷰를 위해 뉴욕에 갔지만 모종의 이유로 집에 갇혀서 게임만 했던 일 등 작가의 독특한 경험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별점: 4

총평: 작가의 넓은 지식과 경험, 뛰어난 글 솜씨를 느낄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후회할 일은 만들지를 말아야 하고, 불안한 미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미적거리게 된다.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 p.84, <오직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