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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다름'을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법(<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다름'을 대하는 방법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환경은 언제나 색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이 다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특히 첫 번째, 두 번째 단편소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이하 <순례자>)<스펙트럼>을 통해 작가가 사회라는 한 집단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색깔들, 다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하고자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1. '다름'을 없애기

 많은 이들에게 다른존재는 자신과 구분되는, 낯설면서도 두려운 존재이다. <순례자><스펙트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펙트럼>에서 낯선 곳에 떨어진 희진은 두려움을 느끼며, 낯선 존재인 희진을 처음 본 외계 생명체는 그녀에 대한 적대심을 보인다. <순례자>에서도 역시 주인공 릴리가 유전병으로 남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살아가자, 주위 사람들은 릴리를 자신과 구분하며 차별의 시선을 보낸다. , 릴리에게 다름은 자신이 집단에서 배제되는 원인이었다.

릴리는 다름으로 인한 아픔을 없애고자 다름은 완전히 없애는 방식을 택한다. 이는 결함이 없는 신인류의 제작모든 사람이 결함을 가진 마을의 형성이라는 행위로 나타난다. 릴리는 결함과 그로 인한 차별이 있을 수 없는 완전한 신인류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완벽한 신체를 가진 개조인과 그렇지 못한 비개조인 사이 또 다른 차이를 만들었다. 이에 릴리는 모든 사람들이 결함을 가지고 있는 마을을 만듦으로써 다름 자체를 없애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 역시 실패했다. 마을을 떠나 '다른' 존재가 있는 지구로 가고자 하는 순례자들이 지속적으로 생긴 것이다. 마을은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다름으로 인한 설렘도 사랑도 없었고, 결국 순례자들은 이 마을을 떠나고자 했다. 사람들은 다름으로 인한 아픔을 겪으면서도, 이 다름을 추구하고자 했다. 결국 릴리는 어떤 방법으로도 다름을 완전히 없앨 수 없었던 것이다.

 

2. 이해와 배려

 <스펙트럼>에서 루이와 희진은 다른 방식으로 다름을 대하고자 한다. 그들은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다른 존재와 공존해나갔다. 루이는 처음 보는 낯선 생명체인 희진을 자신의 동료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었다. 또한 그녀가 지낼 곳을 제공해주며 먹을 것도 지원해주었다. 또한 희진을 관찰하고 특징을 기록하며 그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희진은 처음에는 단순하게 자신이 최초로 외계생명체와 조우했다는 사명감에 루이를 관찰하고 분석한다. 하지만 루이의 환대에 마음을 열고 그를 존중하며, 그의 언어를 이해하는데 일생을 바친다. 그녀가 외계 행성에서 구조되고 난 후에도, 루이가 사는 행성의 위치를 마지막까지 비밀로 지켜 그들이 연구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 루이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외계 생명체 그 자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연구, 호기심 등 자신의 목적에 의해서만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했다. 그러나 희진은 루이라는 그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자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그의 언어를 해석하면서 두 존재 사이 하나의 접점을 만들어간다.

 스펙트럼은 한 단위의 빛에서 파장에 따라 나오는 여러 가지 색깔의 분포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색깔을 갖지만, 결국 하나의 빛으로 모이게 된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시도는 역설적이게도 서로 다른 존재들 사이 하나의 접점을 만들었다.

 

3. 지지와 응원

 이 책에 등장하는 일곱편의 단편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할머니, <나의 우주영웅의 관하여>의 40대 중반의 미혼모 재경 등 대부분 그동안 SF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이처럼 그녀의 소설은 그동안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던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지한다. 이 작품들은 우주여행이 일상화된 낯선 세상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에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나와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시도이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시도이고,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시도일 것이다.

“그럼, 루이. 네게는…….”희진은 루이의 눈에 비친 노을의 붉은빛을 보았다. “저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희진은 결코 루이가 보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진은 루이가 보는 세계를 약간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고, 기쁨을 느꼈다.- 「스펙트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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